에밀리 디킨슨은 빅토리아기적 풍토와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시대에 시대의 주류에 속하지 않은 채 시대를 앞서가는 진취적이고 선구적인 사고를 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학적 소양과 자질이 천재적이어서 오히려 현대의 독자들에게 뒤늦게 각광을 받는 매력적인 문학을 창작했다는 점에서 그녀는 흥미롭다.
이 책은 디킨슨의 시의 근원을 낭만주의 남성시인들에게서 찾아보고, 그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살펴본 후, 그녀의 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거미, 실잣기, 바느질의 개념을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글쓰기의 행위와 연결짓는다. 그리고 시극처럼 연극적이고, 영상적이고, 대화적인 그녀의 시의 특성을 통해 시 창작에 관한 디킨슨 자신의 관념을 거미 배우의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그로부터 거미 배우 디킨슨과 그녀의 미메시스로서의 시 창작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또한 디킨슨의 시와 편지에서 종종 언급되는 ‘정오’, ‘정오의 남자’, ‘마스터’, ‘이방인’과 같은 용어들은 이 존재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는데, 디킨슨에게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를 탐구한다. 그런 다음, 1775편에 이르는 전 시편 중 500여 편 이상에서 죽음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가 많은 시에서 죽음을 다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를 탐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킨슨의 시를 기교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데, 그로테스크 미학과 결부시켜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그로테스크한 양상들과 그 미학의 의의에 대해 점검한다.
영미시를 전공했으며, 홍익대학교, 인천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저서로 ≪존 키츠의 시세계≫, ≪역설, 공존, 병치의 미학: 존 키츠 시 읽기≫가 있고, 우리말 번역서로 ≪나의 안토니아≫,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를 비롯하여 ≪나 자신의 노래≫, ≪휘트먼 시선≫, ≪디킨슨 시선≫, ≪포 시선≫, ≪롱펠로 시선≫, ≪키츠 시선≫ 등 다수가 있으며, 영어 번역서로 ≪A Poet's Liver≫, ≪Dancing Alone≫, ≪The Hunchback Dancer≫ 등이 있다. 또한 <시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후, 우리말 시집으로 ≪거미 배우≫, ≪무지개 꽃≫, ≪빛의 실타래로 풀리는 향기≫, ≪한 장의 흑백사진≫, ≪괴테의 시를 싣고 가는 첫사랑의 자전거≫가 있고, 미국에서 출간된 영어 시집으로 ≪The Core of Love≫, ≪Under the Dark Green Shadows≫가 있다.